위독하다는 소식에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곁에 계셔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겨우 하룻밤 만에 그만 눈을 감으셨습니다.

먹먹한 가슴을 안고 조문객을 맞으며

그분들의 붉어진 눈시울,

숨죽인 흐느낌에서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보았습니다.

장례식장에 조문객이 채워준 깨알 같은 쪽지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한 마디...'덕분에 더 낫게 살아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김근태에게 빚진 자들입니다.

우리는 김근태 덕에 민주주의란 공기를 마십니다.

덕분에 더 낫게 살아갑니다.

함께 평생을 살아오신 인재근 여사님 그리고 가족들,

고인과 특별한 연(緣)을 갖고 계신 여러 분 앞에서

저 이계안이 감히 김근태 의장님께 조서(弔書)를 읽습니다.

저는 특별히 내세울 인연도,

유난히 고인에게만 날카로웠던

역사의 혹독함을 함께 해온 사람은 아닙니다.

자연인 이계안에게, 아련하고 묵직한

역사와 같은 깊이와 무게로 다가오시던 분

故 김근태 당의장님!

지난 2006년 5월말, 당시 열린우리당은 지방자치선거에서 참패했고,

그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물러났습니다.

어느 날 불쑥 의원회관의 제 방으로 의장님이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아무 연도 없는 제게 부탁하셨습니다.

고인께서 ‘독배를 마시는’ 심정으로 당 의장을 받아들인 때였습니다.

그런 분의 비서실장이 된다는 것.

저는 그렇게 고(故) 김근태 의장님 삶에 한 발 짝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근태 의장님의 영원한 비서실장이 되었습니다.

천명(天命)이란 게 있을 터인데,

결코 그 천명을 다했다 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어떤 인간의 말로

고인과 유가족을 다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을 조금 낭독하려 합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다.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삼갈 때가 있다.

찾아 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말하지 않을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돌아가시기 2주 전쯤 병문안 왔던 자리에서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평생을 그림자처럼 고인을 괴롭힌 고문의 후유증과 더불어

지난 한미FTA 반대 단식이 치명적이지 않았나 하시던 말씀을 들었습니다.

뒤늦게 가슴을 내리쳤습니다.

한미FTA 반대 단식을 제가 대신했어야 하는데,

한미FTA를 잘 이끌었어야 하는데,

이제 고인이 가시고 남는 후회와 죄책감이

우리들의 슬픔을 더 무겁게 짓누릅니다.

모든 일에 다 때가 있다면,

김근태 의장님이 천명을 다하지 못하고 이리 서둘러 떠나신 뜻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살겠습니다.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참여하라” “2012년을 점령하라”

청년 김근태의 정신을 새기겠습니다.

청년 김근태의 정신을 계승하겠습니다.

2012년을 점령하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의장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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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17:29 2012/01/0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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