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정오 북한방송에 의해 알려진 김정일의 사망소식은 우리가 다시한번 분단체제에, 휴전상태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울러 평화의 문제가 갖는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
뉴스를 보면서 한편으로 94년 조문정국과 같은 공안의 광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다행히 성숙한 국민들은 차분히 이 문제를 바라보았다. 반면 정부는 국정원장이 뉴스를 통해 사태를 인지하고, 중국 외교당국과 소통이 되지 않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을 드러냈다.
“김정일사망” 정국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중 하나는 북한에 대한 조문 문제이다. 정부는 우왕좌왕하다가 20일 미국, 일본 등이 조의를 표하자 뒤따라 조의를 표명했다. 덧붙여 공식 조문은 없으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가족,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가족 등에 대해서만 조문 방북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정말 한심하다. 북한에 대해 이념적으로 접근하면서 정보력을 모두 차단해버린 정부가 그야말로 새롭게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를 스스로 박차고 말았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을 한 바 있는 정부 아닌가?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안보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비핵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각적인 경로로 북한과 접촉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나마 기대한 것은 한나라당, 아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그 동안 대권을 꿈꾸며 나라의 미래에 대해 공부를 거듭한 박 위원장이기에 여야를 떠나 조금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아니었다. 박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해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런 때 여야 간 초당적인 협력과 대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국회조문단' 제안을 받자 "이런 문제는 정부 방침에 맞추는 게 순리"라며 "북한이 해외 조문단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에서 철저히 무능함을 보여 준 정부, 북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는 정부에 어떻게 보조를 맞춰야 하나?
안보는 생존의 문제이다. 안보가 위태로워지면 민생은 없다. 제가 가진 일말의 기대는 박 대표가 먼저 나서서 “조문을 해야 한다. 정부가 곤란하다면 김 위원장을 만나 본 적이 있는 나라도 하겠다. 그래야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고 하면서 행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박 위원장에게 엄청난 후광을 주고 있는 고 박대통령도 그리하였던 바다. 적대관계에 있더라도 대화를 하는 것, 이것은 외교의 기본이다. 7.4 남북공동성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왔는가? 미국의 경우 보수적인 공화당이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이루었다. 외교는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념”에 사로 잡혀 “내가 더 잘나가”를 인정하면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
지도자는 이념에 속박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는 그야말로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국민을 위해서는 저승사자와도 이야기하겠다는 담대함이 있어야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길 꿈꾼다면 현실의 냉정한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냥 몇 마디 말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대비하고 지혜를 모으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집권당의 대표는 정부에게 싫은 소리도 하고 대안을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위원장은 전혀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저는 야당이지만 여당의 유력한 후보가 이 정도인가 몹시 실망스럽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김정일 사망” 정국과 같은 중차대한 국면에서 그저 ‘다함께 열심히 잘 하면 된다’는 식의 말만 되뇐다면… 이는 우리국민의 큰 불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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