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는 공무원", 그 입 다물라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신 없이 오락가락하고 그 때 그 때 말을 바꾸는 공무원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정권이 바뀌자 예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바꾸는 공무원들을 비하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공무원은 그야말로 'Civil Servant'라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아니라 그 나라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공무원, 그들이 수행하는 정책이야말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그 정책은 효과가 높습니다. 선진국이란 이런 신뢰가 전제되는 사회입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선진국을 선진국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신뢰(Trust)라고 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현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취임한 윤증현 장관의 취임 일성은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었습니다. "요즘 공무원들이 영혼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비애를 느낀다" 면서 소신 있는 정책추진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임시 국회에서 윤 장관은 1년여 만에 자신의 말을 바꿨습니다.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의 모 국회의원이 "재경부가 제일 세게 반대했거든요. 그렇게 몇 주 만에 입장이 급선회한 내막이 있습니까?"라고 질의하자 윤 장관은 "그래서 공무원은 '혼'이 없다고 그러지 않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누가 경제 관료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윤 장관은 3월 5일 오전 관훈토론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포퓰리즘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재원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급식 확대 주장"이 그 대표적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윤 장관은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강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4대강 사업 예산보다 고용창출, 복지예산 지출에 더 많이 쓰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내 답변은 당연히 '노(NO)'다" 라며 많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습니다.
스스로를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칭하는 장관의 말에 유념을 하고 토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장관이기 때문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를 비롯해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발표했습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런 공약을 하는 후보가 있더군요. 그런데 인기영합주의(populism)라뇨?
무상급식은 스스로 가난하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급식을 주는 시혜가 아닙니다. 스스로 저소득층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어린아이의 가슴에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아십니까? 복지정책의 논리대로라면 고소득층의 어린이에게 왜 수업료를 받지 않나요? 이들에게 수업료를 받아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논리를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잘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급식을 하고 같이 밥을 먹는 것, 여기서 같이 살아가는 친구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까?

(출처 : 뉴시스)
의무교육은 빈부격차없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시민으로 같이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며 차별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은 바로 의무교육의 일환인 것입니다.
21세기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활력소는 바로 사람입니다. 1960~70년대식 땅파기가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땅파기에 몰두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재정을 고갈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고용과 복지에 우선순위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영혼이 없는 공무원을 자처한 윤 장관은 또 무슨 말을 하여 국민을 혼란스럽게 합니까? 영혼이 없는데 어떻게 말을 합니까? 어떤 경우도 자신의 영혼을 담은 혼신의 정성을 담은 말을 해야 그 사람이 공무원으로서 국민과 후배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어려운 시기에도 대부분의 공무원은 묵묵히 일을 하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말아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0. 3. 5
민주당서울시장예비후보 이계안







